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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만원 분당 닭강정' 사건 : 가짜뉴스에서 뜻밖의 반전이 일어나 ~~~

by ocing 2019. 12. 28.

지난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기 분당의 닭강정 점주가 올린 33인분 닭강정 주문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올린 영수증에는 배달 요청 사항에 ‘아드님 ○○씨가 시켰다고 해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사진출처 : 조선일보 / 닭강정 주문 영수증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10시 47분쯤 한 SNS에 '닭강정을 무료로 드린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이 글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닭강정 가게 주인이 올린 글이었다.  점주는 "닭강정 33만원어치 주문을 받아 배달을 갔더니 주문자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분이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가해자 아이들이 장난 주문을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며 " 배달에 실패하여 다시 가져온 닭강정은 판매는 불가하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우니 회원님들께 무료로 드리고 싶다"라고 썼다. 이른바 이것이 '분당 닭강정 사건'의 시작이었다.

이 글의 내용에 있었던 '아들, 괴롭힘, 가해자 아이들'이라는 단어 때문에 '학교 폭력' 사건으로 인터넷에 퍼져 나갔다. 곧이어 이 글은 네티즌들의 공분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SNS에서 '분노가 치민다'는 댓글에 수백 명이 공감 버튼을 눌렀다. 언론 매체도 불과 하루 동안 기사를 200여건이나 쏟아내며 '학폭 사건'으로 보도했었다. 하지만 "반전"인 것은 12월 26일 점주의 고소를 접수한 경찰이 확인해 보니 학교폭력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사실은 대출 사기에 연루된 아들 A(20)씨에게 대출 사기 일당이 보복하기 위해 벌인 행각이었다. 미처 확인되지 않은 일방의 주장이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일부 언론의 보도를 타고 일파만파 번지며 왜곡·확산되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닭강정 점주 측이었는데 그는 게시판에 7개 글을 올리고 "더 많은 분이 분노하게 돼서 한시라도 빨리 이 악마 같은 가해자 놈들이 꼭 제대로 처벌받았으면 좋겠으니 공감을 누르고, 댓글을 달아달아서 다른 SNS에 퍼가고 지인들에게 소문도 내 달라"고 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로부터 추가로 알아냈다며 "피해자·가해자 모두 성인인데 고등학교 때 알게 돼 지금까지 괴롭히고 있다더라" 그리고 "피해자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300만 원 정도 뜯어간 일도 있었다고 한다"라고 올렸다. "어린 녀석들의 무개념 종자들이 문제"라고 하며 네티즌들은 "졸업하고도 따라다니면서 진짜 무섭다" "망할 놈들 제대로 당해야 한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한편 네티즌들은 점주를 향해 "사회 정의를 구현한다"며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언론 매체는 아예 '닭강정 학폭 사건'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학폭 가해자들이 피해자 집에 닭강정을 주문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쏟아냈다. 일부 공중파 방송은 물론 인터넷 포털에서도 이 사건을 학폭사건으로 보도한 결과 "학교 폭력 피해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고 있다니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는 댓글에 470명이나 '공감'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이튿날인 12월 26일 저녁에 이 사건의 진상을 두고 반전이 일어났다. 
경찰의 조사 결과 이 사건은 학교 폭력과는 무관하고 대출 사기에 연루된 피해자 A씨에게 다른 일당들이 보복하기 위해 벌인 행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에 의하면 무직인 A 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작업 대출 사기' 일당을 만났다. 참고로 "작업 대출"이라 함은 허위 서류를 꾸며 대출을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는 행위를 말한다. 

공교롭게도 이 "작업대출"은 배우 진구·임시완 등이 출연한 영화 ‘원라인’(2017년도 개봉)에서 이 같은 범죄 수법이 잘 그려져 나온다. 
A씨는 이 일당들과 일주일 동안 찜질방 등에서 함께 지내며 재직증명서 위조, 은행 직원을 상대하는 방법 등을 익혔다. 실제로 12월 24일에는 은행 창구에서 상담도 받았지만 실패하고 A 씨는 일당의 감시를 피해 도주했다. 이 것 때문에 수수료를 못 받게 된 일당들이 A 씨를 협박하기 위해 "닭강정 33만원 어치" 가짜 주문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출처 : 중앙일보 / 배우 임시완 : "작업대출"을 그린 "원라인"의 장면


성남 수정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A 씨가 대출 사기를 준비하면서 일당에게 강요나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였다"라고 하며 "그 이후 닭강정 가게 사장이 본 건을 업무방해로 고소한 것도 이관받아 함께 수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경찰은 "당초 학교 폭력 사건 의혹이 제기된 것은 아들의 사정을 잘 모르는 어머니와 닭강정 점주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12월 27일 닭강정 점주가 SNS에 올린 게시물에서 "어머니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지 않고 게시글을 작성한 것에 대한 질타는 달게 받을 수 있지만 이 글을 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허위로 꾸며 낸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지역에서 이번 사건과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께 광주시 태전동의 한 중국음식점에 자장면과 탕수육 등 45만8000원어치의 음식을 인근 C업체 사무실로 보내 달라는 주문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나 C업체 측은 이 같은 음식을 주문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음식은 버려졌다.


한편 같은 날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와 동일한 피해를 본 음식점들은 이곳을 포함해 치킨집, 보쌈 전문점 등 경기도 관주시 태전동 일대에서만 4군데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피해액은 총 115만 8000원이다.
 
경찰에 의하면 거짓 주문한 남성이 음식점들에 제공한 휴대전화번호의 명의자 D 씨로부터 “최근 대출회사에 대출을 문의했는데 보이스피싱이 의심돼 상담을 받은 일이 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고자 광주시 일대 음식점들에 이날 발생한 거짓 주문 피해 사례를 적극 알리고, 한편으로는 닭강정 거짓 주문 사건과 연관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 


  <임시완, 진구 주연 영화 : 원라인 (2017년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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