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에 발화된 호주의 '초대형 산불'이 해를 넘겼는데도 꺼질 줄 모르고 타오르자 국내에서 활동 중인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이 자국을 덮친 최악의 산불에 "눈물이 난다"며 애절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1월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화마 속에 갇힌 "코알라"를 호주 시민들이 구출하는 영상을 공유하면서 "이 영상을 보니 눈물이 난다. 도대체 호주 산불은 왜 이러는가. 미치겠다. 호주 정부가 당장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적었다.
현재 5개월째 산불이 계속되고 있는 호주에서 매일 소셜미디어(SNS) 등에 올라오는 코알라의 모습이다. 화상을 입은 코알라가 불이 붙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지만 이내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나뭇가지에 걸터앉는다. 지나던 여행객에게 구조된 코알라는 목이 마른 듯 물을 필사적으로 마신다.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호주 남동부의 산불이 점점 거세지면서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인 코알라가 사실상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미국 뉴스위크,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동물 복지전문가들은 산불 피해가 가장 극심한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에서만 약 8000마리의 코알라가 불에 타 죽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숫자는 NSW주에 살고 있는 전체 코알라수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렇듯 수많은 동물 중 코알라가 유독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코알라가 움직임이 느리고, 이동을 싫어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생태학자 "마크 그레이엄"은 이번 산불과 관련된 의회 청문회에서 “코알라는 불의 확산을 피해 빨리 도망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서 “특히 코알라는 기름으로 가득한 유칼립투스잎을 먹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보다 불에 약하다”라고 설명했다.
퀸즈랜드대 "크리스틴 아담스-호킹" 박사도 내셔널지오그래피와의 인터뷰에서 통해서 “새는 날 수도 있고, 캥거루는 매우 빨리 달릴 수도 있지만 코알라는 너무 느리다”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호주는 코알라의 서식지인 유칼립투스 숲의 80%가 불 타서 사라지면서, "코알라"가 독자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기능적 멸종 상태’로 접어들었단 분석도 나온다.
시드니대학 생태학자들에 의하면 지난 9월 시작된 대규모 산불로 인해 호주 전역에서 약 5억 마리의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가 희생됐다고 하다. 세계자연기금(WWF) 호주 지부는 현지 언론에 “호주의 많은 동물들이 산불에 대처하도록 적응해왔지만, 이번 화재는 야생 동물들이 피하기엔 너무 크고 뜨거웠다”며 또한 “화재에서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굶주림과 탈수, 질병 등에 노출되어 생명을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호주는 이번 산불로 NSW주에서만 약 400만 헥타르에 달하는 녹지가 잿더미가 됐는데 호주 전체로 보면 약 600만 헥타르의 숲과 공원 등이 화마의 피해를 입었다고 BBC는 전했다. 600만 헥타르는 서울특별시의 약 10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면적이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5일(현지시간)까지 소방관 10여 명을 포함한 24명으로 집계됐고 주택 2000채 이상이 소실됐다.
한편, 호주 산불로 인해서 발생한 연기가 지구 남반구 반 바퀴를 돌아 태평양을 넘어 남미 칠레와 아르헨티나까지 도달했다.
칠레 기상당국은 지난 1월 6일(현지 시각) "오늘 중부지역의 회색 하늘을 보고 단순히 날씨가 흐리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많았겠지만, 이는 호주 산불로 인한 연기"라고 밝혔다. 호주에서 출발한 연기가 기류를 타고 5㎞ 상공에서 1만 1000㎞를 이동해 칠레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남반구에 있는 칠레는 현재 여름 건기로서, 중부지역에는 보통 맑은 날이 이어져야 하지만 호주 산불로 인한 연기가 칠레에 까지 도달하면서 하늘이 회색빛을 띄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호주 산불의 연기는 칠레 너머 아르헨티나에서 까지도 관측됐는데 아르헨티나 기상당국은 "호주 산불의 연기가 아르헨티나에 까지 도달했다"며 "서쪽에서 동쪽으로 전선계를 타고 이동했다"라고 설명을 했다.
< 유튜브 : 사방이 불바다…소방관이 직접 찍은 호주 산불 현장 / 연합뉴스 (Yonhap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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